골드만삭스 코스피 1만2000 유지,메모리 슈퍼사이클 장기화

목표치를 세 번 연속 유지한다는 것의 의미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한 번 올리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같은 숫자를 몇 달째 그대로 밀고 가는 건 다른 이야기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6월 코스피 목표치를 9000에서 1만2000으로 크게 올린 뒤, 지난달에 이어 이번 9월 발표에서도 같은 숫자를 유지했다. 시장이 출렁이는 와중에도 숫자를 바꾸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이 전망이 단순한 낙관론이 아니라 나름의 논리적 뼈대를 갖추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그 뼈대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안에 어떤 허점은 없는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발표된 사실과 전망을 구분해서 보면
블룸버그통신이 2026년 9월 7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수석 주식전략가 팀 모는 "시장이 이번 실적 사이클의 지속 기간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 자체는 인터뷰에서 나온 팀 모 개인의 판단이며, 골드만삭스라는 기관의 공식 리포트 문구와는 결이 다르다는 점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반면 코스피 목표치 1만2000 유지, 미국 빅테크의 내년 자본지출 전망을 기존 8000억 달러에서 1조2000억 달러로 상향했다는 대목은 골드만삭스 리서치 자료에 근거한 수치로 신뢰도가 더 높은 부분이다.
코스피 실적 전망도 짚어봐야 한다. 골드만삭스는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올해 이익이 약 360% 늘고, 내년에는 35% 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수치는 어디까지나 전망치이며, 실제 3분기와 4분기 실적 시즌을 거치며 상향 또는 하향 조정될 수 있는 값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목표치 1만2000이라는 숫자는 12개월 선행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주가를 향후 예상 순이익으로 나눈 값) 7.5배를 적용해 산출된 것이며, 현재 코스피가 5.3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간극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이 기사가 나온 9월 7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3.34%(223.57포인트) 오른 6910.78로 출발했다는 연합뉴스 보도 내용도 함께 확인해두면, 목표치 1만2000까지는 여전히 상당한 거리가 남아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빅테크가 투자를 멈출 수 없는 구조적 이유
이번 전망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팀 모 전략가가 언급한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인프라를 직접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수익 여부와 관계없이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표현이다. 이 말은 AI 인프라 투자가 이제 개별 기업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필수 지출로 성격이 바뀌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미국 4대 빅테크의 AI 관련 누적 투자액이 이미 1조 달러를 넘어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어, 자본지출 전망치가 8000억 달러에서 1조2000억 달러로 뛴 배경에는 이런 경쟁적 투자 확대 흐름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구조가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데이터센터를 계속 지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안에 들어가는 컴퓨팅 자원, 즉 서버와 메모리 수요도 함께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팀 모 전략가가 "컴퓨팅 수요가 늘면 메모리 수요도 커질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이 바로 이 연결고리를 짚은 대목이다. 다만 이 흐름이 항구적인 구조 변화인지, 아니면 현재의 AI 경쟁 국면에 한정된 일시적 투자 러시인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자본지출은 과거에도 경기 상황이나 수익성 압박에 따라 빠르게 조정된 전례가 있는 만큼, 지금의 투자 확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각 기업의 향후 실적 발표를 통해 계속 확인해야 할 변수다.
코스피 상승 시나리오의 수혜자와 위험 요인
이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되는 건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이다. 코스피 전체 이익 전망치가 이례적으로 높게 잡힌 배경에도 이들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가 상당 부분 반영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골드만삭스 스스로도 두 가지 변수를 짚었다는 점을 놓치면 안 된다. 하나는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추격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내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에 대한 정치적 반발 가능성이다.
CXMT 변수는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보도들을 보면 CXMT가 베이징에 두 번째 D램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2026년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CXMT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수준의 첨단 공정과 고객사 신뢰를 확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도 함께 존재하는 만큼, 이 변수가 단기간에 한국 기업들의 점유율을 흔들 정도인지는 현재로서는 단정하기 어렵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정치적 반발 역시 전력 수급이나 지역 여론과 얽힌 문제로, 실제 투자 집행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 리스크로 봐야 한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신호들
이 전망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세 갈래로 나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낙관적 시나리오는 빅테크들의 자본지출이 실제로 1조2000억 달러 수준까지 집행되고, 메모리 가격 상승과 한국 기업 실적 개선이 순차적으로 확인되면서 코스피가 목표치에 근접해가는 경우다. 중립적 시나리오는 AI 투자 자체는 이어지지만 속도가 예상보다 완만해지면서, 코스피 이익 증가율이 35%보다 낮은 수준에서 형성되는 경우로 실제로 이런 자본지출 가이던스는 매 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조정되는 경향이 있다. 위험 시나리오는 CXMT의 저가 공세나 데이터센터 확대에 대한 정치적 반발이 현실화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메모리 업황 개선 속도가 지연되는 경우다. 이 세 갈래 중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앞으로 나올 코스피 상장기업들의 3분기 실적, 그리고 미국 빅테크들의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나올 자본지출 가이던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마무리 : 목표치 유지가 확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골드만삭스가 석 달 가까이 같은 목표치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무게감 있는 신호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걸 곧바로 "코스피가 반드시 그 수준까지 오른다"는 확신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그 정도의 잠재력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정도로 해석하는 게 더 균형 잡힌 태도라고 생각한다. PER 7.5배라는 목표 배수 자체가 이익 전망치 35% 증가라는 가정 위에 세워진 것이고, 이 가정이 어긋나면 목표치 산출 근거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골드만삭스 스스로 CXMT와 정치적 리스크라는 두 가지 변수를 언급했다는 건, 이 전망이 리스크가 전혀 없는 확정된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걸 그들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독자 입장에서는 이번 발표를 계기로 "실제 빅테크들의 자본지출이 다음 실적 발표에서 얼마나 집행됐는지", 그리고 "CXMT의 기술력이 실제 고객사 확보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스스로 확인해가는 태도가 이 전망의 신뢰도를 판단하는 데 더 실용적인 기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