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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손실 없이 살 빼는 비만약, 한미약품 HM17321은 위고비·마운자로를 대체할까?

by ajumma84 2026. 9. 4.

근손실 없이 살 빼는 비만약, 한미약품 HM17321은 위고비·마운자로를 대체할까?

근손실 없이 살 빼는 비만약, 한미약품 HM17321은 위고비·마운자로를 대체할까?

비만 치료제를 고르는 기준이 체중 감량률 하나로 끝난다면 이야기는 간단하다. 더 많이 빠지고, 덜 아프고, 가격이 싼 약이 이긴다. 그런데 감량한 체중 안에 지방뿐 아니라 근육까지 들어 있다면 계산은 달라진다.

한미약품의 HM17321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후보물질은 식욕 억제를 중심으로 성장한 GLP-1 계열과 달리 지방을 줄이면서 제지방, 특히 근육을 보존하거나 늘리는 방향을 겨냥한다. 비만약 시장의 경쟁 축이 ‘몇 kg 뺐는가’에서 ‘무엇을 빼고 무엇을 남겼는가’로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한미약품이 제넨텍에 넘긴 것은 무엇인가?

2026년 8월 24일 한미약품은 로슈그룹 자회사 제넨텍과 HM17321의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약품 공식 발표에 따르면 제넨텍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해당 물질을 개발·제조·상업화할 권리를 확보했다.

계약의 최대 규모는 약 23억 달러, 발표 당시 환율 기준 약 3조1,892억원이다. 이 가운데 확정성이 가장 높은 선급금은 1억9,000만 달러, 약 2,629억원이다. 나머지는 임상 개발과 허가, 상업화 등 조건을 달성해야 받을 수 있는 마일스톤이며 제품 출시 후 별도 로열티도 예정돼 있다.

따라서 ‘3조원 수익이 확정됐다’고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3조원은 계약이 최상의 경로로 진행됐을 때 받을 수 있는 최대 잠재 금액이다. 반면 1억9,000만 달러의 선급금은 초기 임상 단계 후보물질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의 평가를 보여주는 현실적인 신호다.

한미약품은 현재 진행 중인 임상 1상을 마무리하고, 이후 임상 2상부터 제넨텍이 개발을 이어가는 구조라고 밝혔다. 한국 권리는 한미약품이 보유한다. 해외 개발 위험과 비용을 제넨텍이 상당 부분 부담하면서 한미약품은 국내 사업화 가능성을 남겨둔 셈이다.

HM17321은 ‘마음껏 먹어도 빠지는 약’이 아니다

HM17321은 장기 지속형 UCN2, 정확히는 유로코르틴-2 유사체다. 근육 등에 분포하는 CRF2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자극해 에너지 소비와 지방 감소, 근육 보존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영상 대본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UNC2’는 ‘UCN2’의 잘못된 표기다.

2025년 유럽당뇨병학회에서 공개된 한미약품 비임상 포스터에 따르면 비만 붉은털원숭이에게 13주간 투여했을 때 체중이 25% 이상, 지방량이 70% 이상 줄었고 제지방량은 보존되면서 증가 경향을 보였다. 상당히 눈에 띄는 결과지만 대상은 사람 아닌 영장류였고, 시험군도 그룹당 6~7마리였다.

사람에서 같은 감량률과 체성분 개선이 재현된다는 보장은 아직 없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 1상 NCT07219589의 주된 목적도 우선 안전성과 내약성, 약동학과 약력학을 확인하는 것이다. 대규모 환자군에서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하는 후기 임상과는 거리가 있다.

더구나 ‘식욕과 상관없는 약’이라는 설명도 현재로서는 단정하기 어렵다. 한미약품의 비임상 자료에는 식욕 감소 가능성이 표시돼 있으나 자세한 작용 기전은 연구 중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므로 ‘마음껏 먹어도 빠진다’는 표현은 과학적 결론이라기보다 관심을 끌기 위한 제목에 가깝다.

비만약 시장이 체중보다 체성분을 보는 이유

GLP-1 계열 약물은 식욕을 낮추고 위 배출을 늦춰 섭취량 감소를 돕는다. 문제는 큰 폭으로 체중이 줄어들 때 지방과 함께 제지방도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25년 발표된 관련 메타분석에서는 GLP-1 수용체 작용제로 줄어든 체중 가운데 제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을 약 25% 수준으로 분석했다. 다만 약물과 연구 설계, 측정 방법에 따라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

제지방은 근육과 완전히 같은 개념은 아니다. 수분과 장기 등도 포함하므로 제지방 감소를 전부 근손실로 번역해서는 안 된다. 또한 비만 치료 중 일부 제지방 감소는 약물에만 특유한 현상이 아니라 식사량 감소와 체중 감량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럼에도 고령자나 근감소증 위험군에서는 근력과 신체 기능을 얼마나 유지하는지가 치료의 질을 좌우한다. 약을 중단한 뒤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문제 역시 식욕 변화, 대사 적응, 생활습관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이를 근손실 하나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지만 근육 보존이 장기 유지에 유리한 조건인 것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도 근육 보존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 리제네론은 세마글루타이드에 근육 관련 항체를 병용하는 임상 2상을 진행했고, 다른 기업들도 마이오스타틴·액티빈 경로 억제제를 연구해 왔다. HM17321은 차별화된 UCN2 경로를 사용하지만 ‘근육 보존 비만약을 한미약품만 개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체재보다 병용 플랫폼의 가치가 더 클 수 있다

HM17321이 성공한다고 해서 곧바로 위고비나 마운자로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GLP-1과 GIP 계열은 사람 대상 대규모 임상과 상업화 경험을 이미 확보했다. HM17321은 이제 임상 1상 단계다. 효능이 좋더라도 심박수, 혈압, 심혈관계 영향, 장기 근육 기능, 투여 편의성 등을 사람에게서 확인해야 한다.

오히려 현실적인 초기 가치는 ‘대체’보다 ‘병용’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 GLP-1 계열로 식욕을 조절하면서 HM17321로 체성분 개선을 보완하거나, 감량 이후 유지 단계에서 투여 방식을 전환하는 전략이다. 두 약물을 한 제품에 담는 고정용량복합제도 가능하지만 적정 용량과 안전성, 제조원가를 새로 검증해야 한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이번 계약의 핵심은 한미약품이 비만약 경쟁의 다음 질문에 비교적 일찍 답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체중 감량률이 상향 평준화되면 차별화 포인트는 근육 보존, 심혈관·신장 효능, 부작용, 투여 주기와 가격으로 이동한다. 제넨텍은 HM17321이라는 후보 하나보다 이 변화에 진입할 선택권을 산 것으로 볼 수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와 연결되는 한미약품의 포트폴리오

한미약품은 HM17321만 보유한 회사가 아니다. GLP-1 계열 에페글레나타이드, GLP-1·GIP·글루카곤을 동시에 겨냥하는 삼중작용제 HM15275 등 서로 다른 개발 단계를 가진 비만·대사질환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과거 사노피에 기술수출됐다가 반환된 물질이다. 한미약품은 이를 비만 치료제로 다시 개발해 2025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회사 공식 자료에 따르면 국내 비만 성인 448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40주 평균 체중감소율 9.75%를 제시했고,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2026년 9월 3일 현재 ‘출시 목표’와 ‘허가·출시 완료’는 구분해야 한다. 에페글레나타이드가 국내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더라도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기존 제품과 효능만으로 정면 승부하기는 쉽지 않다. 공급 안정성, 처방 접근성, 보험·비급여 가격과 한국인 임상 데이터가 실제 경쟁력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펩타이드 생산까지 넓어지는 산업 지도

비만약 경쟁은 신약 연구실에서 끝나지 않는다. 많은 차세대 치료제가 펩타이드 기반으로 개발되면서 원료의약품 합성, 주사제 충전, 품질관리와 대량 생산 능력의 가치도 커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6년 7월 스위스 펩타이드 CDMO인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를 위한 공개매수를 발표했다. 다만 2026년 8월 31일 공식 공고에 따르면 공개매수 본기간은 9월 15일부터 10월 12일까지이며, 최소 응모 조건과 규제 승인이 남아 있다. 아직 ‘인수를 완료했다’고 표현할 단계는 아니다.

이 거래가 마무리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항체의약품 중심 사업에서 펩타이드 원료의약품으로 생산 영역을 넓힐 수 있다. 다만 비만약 시장의 성장과 CDMO의 이익 증가는 같은 말이 아니다. 인수 가격, 공장 가동률, 고객 확보, 증설 비용과 품질 승인 속도가 수익성을 좌우한다.

인천 송도는 생산 클러스터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2026년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송도의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은 2025년 103만5,000리터였고, 2026년 말에는 115만5,000리터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항체의약품 배양 설비의 리터 단위 생산능력을 펩타이드 합성 능력과 그대로 합산하거나 비교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다섯 가지 신호

첫째는
HM17321 임상 1상의 안전성이다. 체중보다 먼저 이상반응, 중도 탈락률, 혈압과 심박수 변화, 용량별 노출 데이터를 확인해야 한다.
둘째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체성분 변화다. 총체중뿐 아니라 DEXA 등으로 측정한 지방량과 제지방량, 근력 및 보행 기능이 함께 공개돼야 ‘근육 보존’의 의미를 판단할 수 있다.
셋째는
제넨텍이 임상 2상에 실제 진입하는 시점이다. 계약 총액보다 개발 일정과 마일스톤 달성이 한미약품의 후속 현금 유입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넷째는
국내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허가와 가격이다. 제품이 출시되더라도 시장점유율은 처방 편의성, 공급 능력, 실제 환자 부담액과 경쟁 제품의 가격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섯째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폴리펩타이드 공개매수 완료 여부와 인수 후 수주 성과다. 공급망 확대라는 명분이 실제 매출과 현금흐름으로 연결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HM17321은 흥미로운 후보물질이지만 아직 ‘기적의 비만약’은 아니다. 현재 확인된 것은 동물시험의 강한 신호, 진행 중인 임상 1상, 그리고 글로벌 제약사가 지급하기로 한 의미 있는 선급금이다.

그럼에도 이번 계약이 던진 산업적 메시지는 선명하다. 다음 세대의 비만 치료제는 체중계 숫자만 줄이는 약이 아니라 지방·근육·대사 건강을 따로 관리하는 약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관련 뉴스를 볼 때는 “얼마나 빠졌나”보다 “사람에게서 무엇이 빠졌고, 어떤 기능이 유지됐으며, 그 결과가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